본문 바로가기

:: FREE뷰 ::

보드게임에 관한 편견과 <아임 더 보스>

보드게임에 관한 편견과 <아임 더 보스>

딱딱한 보드 위로 주사위를 굴린다. 달러마크가 그려진 말이 주사위 눈의 숫자만큼 이동한다. 주사위를 굴린 사람이 조용히 말한다.

“자… 사업을 시작하겠어”

...조용하던 테이블은 난장판이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가 보스다!



1. 아임 더 보스?                                                       

테이블에서 즐기는 수많은 보드게임들 중 하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보드게임 디자이너인 시드 색슨이 94년 발표해 그해의 게임상을 휩쓸었던 Kohle, Kies & Knete를 현대 감각에 맞게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게임의 장르는 ‘협상게임’.
최소 3인 이상, 최대 6인이 즐길 수 있으며 한 게임에 소요되는 시간은 약 1시간이다.


협상게임?
장르가 특이하다. 협상게임이라니? 생소하긴 하지만 말 그대로 ‘협상’ 게임이다.
주사위를 굴리는 사람이 보스가 되어 도착한 지역의 사업을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사업자 카드로 사업에 동참한 게이머와 수익금 배분을 위한 협상을 통해 재산을 늘려가면 된다. 종료시점에서 가장 많은 재산을 보유한 사람이 승리.


여기까지가 다라면 정말 단순한 게임이다.
하지만 이 게임에 변수를 제공하는 요소인 액션 카드가 있으니..

- 스카우트 카드 : 세 장을 모으면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대표 사업자를 데려올 수 있다.
- 휴가 카드 : 사업에 참가하고 있는 사업자를 휴가 보내 협상에서 제외시킨다.
- 스톱 카드 : 위의 세가지 공격을 막을 수 있다.
- 친인척 카드 : 대표 사업자를 대신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 아임 더 보스 카드 : 다른 사람이 진행중인 사업을 내 것으로 만든다.



협상 과정

사업이 시작되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사업자 카드를 가진 친구 B가 협상을 제시 해 온다.

B : “사업에 필요한 두 명의 사업자 중 한 명으로 참가하는 조건으로 사업 성사금 10만 중에 5만을 내게 줘”
A : “내가 보스잖아. 내가 6만 네가 4만이라면 사업에 참여시켜 주겠어”

이때 옆에서 눈치를 보고 있던 C가 나선다.

C : 나에게 B가 가진 사업자의 친인척카드가 있어. 나는 4만으로 오케이.
B : (C를 째려보며) 그렇게 나오시겠다? 친인척은 휴가를 좀 떠나주셔야겠네.

휴가 카드를 이용해 C의 친인척카드를 사업에서 제외시킨 B는 거드름을 피우며 말한다.

B : 이제 휴가카드까지 한 장 썼으니 5만도 안되겠네. 내가 6만을 먹겠어.

A는 두리번거리며 다른 협상자가 나타나길 기다리지만 아무도 나설 기미가 없자

A : 그럼, 그냥 원래대로 5만에 하자.. 아무리 그래도 내가 보스인데…
B : 진작 그랬으면 좋았겠지.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네?

B의 야비한 미소를 보며 협상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던 A는 결단을 내리고

A : 좋아 협상을…

그때 조용히 지켜보기만 하던 D가 카드 한장을 판 위로 던지며,

D : 잠깐. 다 내려놔. 지금부턴 내가 보스다.

D는 자신에게 있는 스카우트 카드 3장으로 B의 사업자를 데려오더니, A의 친인척카드를 내려놓고 혼자서 성사금 10만을 독식해버린다.


위의 예는 사업자 2명이 필요한 가장 단순하고 규모가 적은 사업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사업자가 4명 이상 필요한 사업의 경우는 사업에 참여하려는 사업자카드와 사업을 방해하려는 휴가카드, 휴가카드를 막는 스톱카드와 중요할 때마다 나타나는 아임 더 보스 카드들로 인해 사업 하나에 몇 십 분의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여기에 협박 룰까지 적용되면 더 복잡해 진다. 내가 저 사업자를 휴가 보내 버리면 나에게 얼마를 주겠느냐, 휴가카드를 스톱카드로 막아줄 테니 얼마를 다오… 난관을 다 헤치고 사업이 성사되기 직전, 그때까지 구경만 하고 있던 한 게이머가 자신의 핸드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보스카드를 안 쓰는 조건으로 금액을 요구할 땐 부르르 떨려오는 주먹을 참기 위해 애써야 할 수도 있다.


2. 보드게임에 관한 편견들과 아임 더 보스

편견1) 보드게임의 승패는 어차피 주사위가 결정?

아임 더 보스는 철저하게 협상의 기술로 승패가 갈리는 게임이다. 모두가 똑같이 무일푼으로 시작하고, 주사위를 굴려서 진행하긴 하지만 사업이 성사된 칸은 세지 않고 건너 뛰기 때문에 무조건 사업이 가능한 칸에 도착하게 된다. 다른 사람이 사업을 진행할 때도 어떤 방식으로든 사업에 동참할 수 있으며(하다못해 협박과 방해자의 역할이라도) 아임 더 보스 카드를 잘 아껴뒀다면 원하는 지역의 사업을 가져다 진행 할 수도 있다.


편견2) 중간에 파산한 사람은 끝날 때 까지 구경만 하잖아!


아임 더 보스는 무일푼으로 시작해서 돈을 불려가는 게임이고 한번 들어온 돈은 지출하지 않으므로(개인적인 협상에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파산이라는 개념 또한 없다. 중반쯤에 이미 다른 게이머와 금액 차이가 심하게 난다면 파산과 다를 바 없지 않냐고? 천만에 말씀이다. 뒤로 갈수록 배당이 커지므로 핸드 카드를 잘 관리해서 많은 사업자가 참여하는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만 있다면 한방에 역전도 가능하다.


편견3) 룰 배우기도 힘들고 시간도 오래 걸려..

아임 더 보스에 존재하는 룰은 딱 하나다. “협상을 통해 돈을 벌어라.”
무슨 협상은 가능하고 무슨 협상은 불가능하다는 룰이 없으므로 배울 것은 요령뿐이다. 스카우트카드나 여행카드를 이용한 협박, 다음 거래를 기약하는 우호적 신호, 우정을 일깨우는 연설 그 외에 게이머가 가진 모든 수단이 협상의 재료가 될 수 있다. 게임상의 돈은 물론 가방 안의 과자, 주머니 속의 현금, 하다못해 데이트나 소개팅 약속까지…
물론 게임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게임이 시작하기 전에 룰을 제한 할 수도 있다.


편견4) 얼굴 맞대고 하는 게임인데 감정 상하진 않을까?


아쉽게도 이건 편견이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즐거운 분위기로 게임을 마무리 하게 되지만, 게임 진행과 상관없는 딴지 걸기와 인신공격 등이 오가게 된다면 그런 일이 발생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게임은 게임일 뿐이니 게임이 끝나고 정리해서 상자에 담는 순간 안 좋은 감정도 같이 담아버리는 것이 좋다. (물론 다음에 다시 테이블에서 만나게 된다면 집중 견제를 해주도록 하자. 닫혀있던 상자가 다시 열렸으니.)


더불어, 주변 사람들의 본성을 알고 싶다면 이 게임을 함께 즐기기를 강력 추천한다.



 

...2006.10.최진